인터스텔라 영화 리뷰 (제작비화, 과학이론, 흥행비결)

인터스텔라를 보고 나서 "다 이해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정말 있을까요? 저는 솔직히 처음 봤을 때 테서랙트 장면에서 멍하니 스크린만 바라봤습니다. 2014년 개봉 이후 국내에서만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인구 대비 흥행 성적으로는 전 세계에서 독보적이었던 이 영화. 한 번 보고 끝내기엔 아까운 영화가 맞습니다.(스포O)



물리학자가 직접 참여한 제작비화

일반적으로 SF 영화는 과학을 그럴듯하게 포장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인터스텔라는 제작 방식 자체가 달랐습니다. 영화의 씨앗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화 제작자 린다 옵스트와 이론물리학자 킵 손(Kip Thorne)이 소개팅으로 처음 만났는데, 연인이 아닌 친구로 남은 두 사람이 2005년에 "진짜 과학을 담은 블록버스터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연인이 되지 않은 게 우리에게는 참 다행인 셈이죠.

킵 손은 단순한 자문 역할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1988년 발표한 논문 '시공간에서 웜홀을 활용한 항성 간 여행'으로 인터스텔라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고, 2017년에는 중력파(Gravitational Wave) 관측 기여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과학자입니다. 중력파란 쉽게 말해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 운동을 할 때 시공간에 생기는 물결 같은 파동을 뜻합니다. 영화 속 과학이 실제 노벨상 수준의 연구자에게 검증을 받은 셈이니, 다른 SF 영화들과 출발점부터 다르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았고, 동생 존 어서 놀란이 각본을 썼습니다. 하지만 드림웍스가 파라마운트에서 디즈니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프로젝트가 흔들렸고, 결국 형 크리스토퍼 놀란이 바통을 넘겨받았습니다. 형 놀란은 킵 손이 재직했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에서 4년간 상대성 이론을 직접 공부하며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스필버그 버전의 인터스텔라가 나왔다면 어떤 영화가 됐을지, 가끔 그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만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CG를 극도로 자제하는 놀란 감독의 성향은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초반 배경이었던 옥수수밭은 캐나다 캘거리에서 실제로 2km² 규모의 땅을 매입해 직접 재배한 것이고, 모래 폭풍 장면은 인체에 무해한 식품 첨가제를 바람에 날려 재현했습니다. 우주선 발사 장면조차 아폴로 4호의 실제 발사 영상을 편집해 사용했습니다. 제가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꽤 놀랐는데, 그래서인지 영상을 다시 보면 화면에서 묘한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상대성이론과 블랙홀, 어렵다고 피하지 않아도 됩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저도 상대성 이론, 웜홀, 시간 지연 이론 등을 미리 찾아봤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찾으면 찾을수록 더 헷갈리더군요.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이론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영화의 감동을 받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영화의 핵심 과학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에서 출발합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이란 중력이 강한 곳일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개념으로, 쉽게 말해 블랙홀처럼 중력이 극도로 강한 환경 근처에서는 시간 자체가 뒤틀린다는 뜻입니다. 영화에서 밀러 행성의 1시간이 지구의 7년에 해당한다는 설정이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블랙홀(Black Hole)은 중력이 극도로 높아져 빛마저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시공간이 휘어버린 천체를 말합니다. 영화 속 '가르강튀아'는 2019년 인류가 실제로 촬영에 성공한 블랙홀 이미지와 비교해도 놀라울 만큼 유사한 형태였습니다. 당시 킵 손이 제시한 방정식을 시각화 팀이 계산기에 돌렸더니 실제로 그런 모양이 나왔다고 하는데, 그게 5년 뒤 현실로 증명된 셈입니다(출처: Event Horizon Telescope 공식 사이트).

웜홀(Wormhole)은 아인슈타인-로젠 다리라고도 불리며, 시공간의 두 지점을 연결하는 지름길 같은 개념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존재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현재 기술로는 존재 자체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테서랙트(Tesseract)는 3차원 공간에 시간을 포함한 4차원, 그리고 그 위의 5차원을 표현한 개념으로, 놀란 감독은 매들린 랭글의 소설 '시간의 주름'에서 이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영화 속 과학적 오류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는 오류 찾기" 정도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대표적인 쟁점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밀러 행성의 시간 지연이 성립하려면 행성이 블랙홀 강착원반(Accretion Disk, 블랙홀 주변을 도는 물질의 원반) 바로 근처에 위치해야 하는데, 착륙 장면에서는 블랙홀이 상당히 멀리 보임 — 놀란 감독이 후반부 연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크기를 조절했다고 인정한 부분
  2. 1.2km 높이의 초고대 파도는 기조력(Tidal Force, 천체의 중력 차이로 발생하는 힘) 측면에서 오류 — 그런 기조력이 작용했다면 행성 지표면이 온전할 수 없다는 게 물리학자들의 지적
  3. 레인저호가 지구 중력의 130%인 밀러 행성을 단독으로 이탈하면서도, 정작 지구 출발 시 구식 다단계 로켓 방식을 사용한 점 — 연료 효율을 최대한 아끼기 위한 설정이라고 해석하면 납득이 가능한 수준
  4. 블랙홀 가르강튀아의 중력권을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드는 장면 — 킵 손의 설명에 따르면 주변 중간 크기 블랙홀을 이용한 스윙바이(Swing-by) 궤도 기동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

이 오류들을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영화를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쟁점들을 알고 나서 다시 보면, 같은 장면인데도 훨씬 다르게 보입니다.

흥행비결은 과학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인터스텔라의 국내 흥행이 유독 두드러졌던 이유로 교육 수준이나 과학에 대한 관심을 꼽는 분석도 있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이 영화가 유독 오래 남는 건 과학 때문이 아니라, 사람 이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주식 정보를 보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농담 같은 상상을 저도 해봤는데, 결국 쿠퍼가 딸 머피에게 보내고 싶었던 것도 그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악역으로 분류되는 만 박사와 브랜드 교수 역시 단순하게 비난하기 어려운 인물들입니다. 브랜드 교수가 플랜 A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끝까지 숨긴 것은 분명 비판받을 지점이지만, 그 거짓말이 역설적으로 인류를 구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단순히 악의의 거짓말이라고만 볼 수도 없습니다. 만 박사의 경우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놀란 감독이 개봉 전에 프리퀄 코믹스를 통해 그가 겪었을 고독과 심리적 붕괴를 미리 보여준 것을 보면, 감독이 단순한 악역 구도를 의도하지 않았다는 게 느껴집니다.

할머니가 된 머피와 쿠퍼가 마주하는 마지막 장면은 지금도 인상 깊습니다. 제 생각에는, 머피가 아버지를 끝까지 믿을 수 있었던 건 책장에서 받은 신호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먼저 아버지가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쿠퍼 스테이션에 도착한 쿠퍼가 아들 톰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고 딸만 찾는 장면도 서늘하게 남는 부분인데, 콘솔판 스토리에서 톰은 끝까지 지구에 남아 생을 마감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한스 짐머(Hans Zimmer)의 음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피아노와 현악기 중심의 서정적인 멜로디도 좋았지만, 파이프 오르간의 묵직한 선율은 SF 우주 배경과 이렇게까지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하게 해준 경험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파이프 오르간은 고딕 분위기의 다크 판타지 장르에서나 쓰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인터스텔라에서는 광활한 우주의 고독함과 긴장감을 표현하는 데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딜런 토마스의 시 "어두운 밤을 쉬이 받아들이지 마시오" 역시, 임종을 앞둔 아버지를 위해 쓴 시라는 배경을 알고 나면 영화와의 연결이 더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흥행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 7,200만 달러 규모의 수익을 올린 인터스텔라는 미국 1억 7,000만 달러, 중국 1억 2,000만 달러에 이어 3위였지만 인구수 대비로는 단연 압도적이었습니다. 놀란 감독이 한국 팬들을 위해 특별 감사 영상을 제작한 배경이기도 합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S).

자주 묻는 질문

Q. 인터스텔라의 과학 이론을 미리 공부하고 봐야 하나요?

A. 저도 영화 전에 상대성 이론과 웜홀 개념을 찾아봤는데, 솔직히 미리 공부한다고 영화가 더 잘 이해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론을 완전히 몰라도 영화의 감동을 받는 데는 전혀 문제없습니다. 오히려 영화를 먼저 보고 궁금한 부분을 나중에 찾아보는 순서가 더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Q.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블랙홀 '가르강튀아'는 실제로 정확한 묘사인가요?

A. 일반적으로 영화 속 블랙홀은 과장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가르강튀아의 경우는 킵 손 교수의 실제 방정식을 시각화 팀이 계산에 적용한 결과물입니다. 2019년 인류가 처음으로 촬영에 성공한 실제 블랙홀 이미지와 비교해도 구조가 매우 유사한 형태를 보였고, 이는 과학계에서도 주목받은 부분입니다.

Q. 인터스텔라에서 만 박사는 왜 그렇게 행동한 건가요?

A. 영화 본편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부분인데, 놀란 감독이 개봉 전에 프리퀄 코믹스를 따로 발표해 만 박사가 홀로 행성에서 겪었을 극단적인 고독과 심리적 붕괴 과정을 보여줬습니다. 변명의 여지는 없지만, 그 배경을 알면 단순한 악역으로만 보기는 어려운 복잡한 인물입니다.

Q. 인터스텔라가 한국에서 유독 흥행한 이유가 뭔가요?

A. 높은 교육열이나 과학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공감할 수 있는 가족 이야기와 인류애, 그리고 블랙홀·웜홀 같은 지적 호기심을 동시에 담아낸 점이 더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특정 연령층이 아닌 전 세대가 각자의 방식으로 읽어낼 수 있는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Q. 인터스텔라 과학적 오류가 많은데 그냥 봐도 괜찮은 영화인가요?

A. 이론물리학 기반의 영화이다 보니 전문가 입장에서는 짚을 수 있는 오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킵 손 교수 본인도 일부는 영화적 표현을 위한 의도적 선택이었다고 설명했고, 이론물리학의 특성상 현재 증명되지 않았다고 해서 틀렸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과학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로서 접근하면, 오류 찾기 자체가 영화를 더 깊이 즐기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스텔라는 보고 또 봐도 이전에 미처 보지 못한 것이 새로 보이는 영화입니다. 스토리만 따라가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과학 이론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층위가 열립니다. CG를 최소화하고 물리학자와 4년을 고민한 끝에 만든 영상미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바래지 않습니다. 아직 한 번만 보셨다면, 두 번째 관람을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bpeDxo5oO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