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수사 리뷰 (버디형사물, 케미, 반전)
솔직히 저는 이 영화에 기대를 1도 안 했습니다. 넷플릭스 1위에 올라와 있길래 심심하니까 틀었는데, 예고편부터 좀 촌스러운 느낌이 강했거든요. 그런데 97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생각보다 재밌게 봤습니다. 버디형사물 특유의 케미와 예상 밖 반전이 있는 영화, 끝장수사 리뷰입니다.
버디형사물, 이 장르가 왜 실패하지 않는 걸까요
버디형사물(Buddy Cop Film)이란 성격이나 배경이 전혀 다른 두 형사가 짝을 이뤄 사건을 해결하는 장르를 뜻합니다. 한 명은 경험 많고 거칠고, 다른 한 명은 어리거나 신선한 시각을 가진 구도인데, 이게 왜 계속 만들어지냐면 그 충돌 자체가 재미이기 때문입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두 캐릭터가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호흡을 맞추는 과정을 따라가는 게 은근히 중독성이 있습니다.
끝장수사는 이 공식을 충실하게 따릅니다. 배성우 배우가 연기하는 서재혁은 광수대 출신의 베테랑 형사였지만 사고를 쳐서 충북 음성 경찰서로 좌천된 인물입니다. 좌천(左遷)이란 직급이나 직위가 낮은 자리로 밀려나는 것을 뜻하는데, 영화에서 이 설정이 캐릭터에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건들건들하면서도 날이 서 있는, 배성우 배우가 원래 잘하는 그 연기가 이 캐릭터에 딱 맞습니다. 제 경험상 배성우 배우가 이런 역할을 맡으면 웬만하면 보는 맛이 있더라고요.
반대편에는 정가람 배우가 연기하는 김중호가 있습니다. 인플루언서 출신으로 팬들과 내기를 해서 수석 합격으로 형사가 된, 집안도 부유한 천재형 캐릭터입니다. 재벌형사 드라마가 유행하던 시절의 공식을 살짝 가져온 느낌인데, 람보르기니를 직접 끌고 출동하는 장면은 솔직히 웃음이 터졌습니다.
이 두 사람의 케미가 생각보다 훨씬 잘 맞습니다. 뻔한 구도인데도 대사 치고 받는 템포가 좋아서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충청도 사투리를 섞어 가며 주고받는 농담 같은 것들이 은근히 귀에 꽂히더라고요.
케미가 살아야 영화가 산다, 배우들 조합이 핵심
끝장수사는 2019년에 제작됐지만 개봉이 7년이나 미뤄졌습니다. 이런 경우를 창고 영화라고 부르는데, 창고 영화란 완성된 이후 장기간 개봉되지 못하고 묶여 있는 작품을 뜻합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옷이라든가 핸드폰 같은 소품에서 시간의 흔적이 살짝 느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현재 시점으로 보면 조금 낡은 느낌이 드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내용 자체가 촌스럽거나 뒤처진 느낌은 전혀 아니라는 겁니다. 7년 전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봤는데도 이야기 흐름이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금 개봉해서 더 자연스럽게 보이는 측면도 있었어요. 인플루언서 형사 설정이 지금 시대 감성에 오히려 더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배우 조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 배성우(서재혁) — 베테랑 형사의 날카로움과 건들거림을 동시에 소화. 이 캐릭터가 배성우 배우의 연기 스타일과 가장 잘 맞물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 정가람(김중호) — 인플루언서 출신 천재 형사. 허당 끼 없이 실력은 확실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신참의 면을 자연스럽게 소화했습니다. 일찍 개봉했다면 더 빨리 알려졌을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아쉬웠습니다.
- 이솜(강미주) — 충북 청주 지방검찰청 검사 캐릭터. 강단 있는 검사이지만 김중호와의 전사(前史), 즉 과거 감정선이 살짝 깔려 있어 이야기에 온도를 더합니다.
- 윤경호(조동호) — 억울한 누명을 쓴 인물로 수사 과정에서 존재감이 커지는 캐릭터. 지금 이미지와는 결이 조금 다른 역할인데, 7년 전 작품이니 당연한 부분입니다.
- 조한철 — 전반부에는 서울 형사로서 시골 형사들과 대립하다가 후반부에는 경찰 동료로서의 연대감을 보여주는 구도로 전환됩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자료에 따르면(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버디형사물 장르는 한국 상업영화 시장에서 꾸준히 관객 흡입력을 보여온 장르로, 캐릭터 간 케미와 대사 완성도가 흥행 핵심 요인으로 꼽힙니다. 끝장수사는 그 측면에서 기본기를 잘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전 있고 스토리도 있는데,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영화의 사건 구조를 짧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충북 음성 경찰서에서 작은 절도 사건을 수사하다 우연히 자백을 받아냈는데, 그 자백이 서울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과 연결됩니다. 그런데 서울 형사 측에서는 이미 범인을 잡았다고 하거든요. 이미 수사가 종결된 사건을 시골 형사들이 파고드는 구도입니다.
이 설정의 모티브가 된 건 일본에서 실제로 발생한 오판(誤判) 사례들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판이란 잘못된 판단으로 무고한 사람이 범인으로 처벌받는 경우를 뜻합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오판 사례가 여러 차례 공론화됐고, 인노센스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처럼 억울한 수형자를 돕는 단체의 활동이 세계적으로도 주목받았습니다. 영화는 이런 실제 사건들을 한국 배경으로 로컬라이징(Localizing), 즉 현지화해서 버디형사물 구조에 녹여낸 작품입니다.
가정폭력과 연쇄살인 같은 묵직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도 스릴러처럼 무겁거나 무섭지가 않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소재는 톤 조절을 잘못하면 너무 어두워져서 보기 불편해지는데, 끝장수사는 코믹한 버디 케미를 유지하면서 무게를 조절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습니다. 보는 내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이유가 거기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클라이맥스(Climax), 즉 영화의 최고 긴장 지점인 후반부 액션 시퀀스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전개 과정이 너무 익숙한 구도라서 긴장감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에너지가 조금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고, 범인과 맞붙는 장면의 설득력도 살짝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전이 한 번 더 뒤집어지는 구조는 재밌었지만, 그 반전이 충분한 복선(伏線), 즉 앞에서 미리 깔아두는 단서들로 뒷받침되지 않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97분이라는 러닝타임은 확실한 장점입니다. 늘어지지 않고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킬링타임용 영화로 보기에는 부담이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끝장수사 스토리의 실제 모티브가 따로 있나요?
A. 영화 도입부에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는 안내가 나옵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에서 발생한 오판 사례들, 즉 진범이 잡히지 않거나 무고한 사람이 억울하게 처벌받은 사건들이 모티브가 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한국 배경으로 로컬라이징한 작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Q. 액션이 많은 영화인가요? 자녀나 부모님과 함께 볼 수 있을까요?
A. 액션 비중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카체이싱 장면이 한 번 있고 후반부에 격투 장면이 있지만, 전체 분위기는 코믹한 버디형사물에 가깝습니다. 형사물은 좋아하지만 무거운 영화는 부담스러운 분이라면 오히려 잘 맞을 것 같습니다. 가정폭력과 살인 사건이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에 어린 자녀와의 관람은 부모님이 판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Q. 정가람 배우가 이 영화에서 어떤 모습인가요?
A. 솔직히 이 영화 보기 전까지 정가람 배우에 대해 잘 몰랐는데, 꽤 존재감이 컸습니다. 인플루언서 출신 천재 형사라는 설정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소화했고, 배성우 배우와의 케미도 좋았습니다. 7년 전에 찍은 작품이라 지금과 비교하면 다소 어린 느낌이 나는데, 그게 오히려 캐릭터에 잘 맞았습니다.
끝장수사는 처음에 기대를 거의 안 하고 틀었는데 끝까지 재밌게 봤습니다. 완성도가 아주 높은 영화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후반부 클라이맥스가 조금 아쉽고, 소품에서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담 없이 97분을 즐기고 싶다면 충분히 선택할 만한 영화입니다. 형사물을 좋아하는데 무겁지 않은 걸 찾고 있다면, 한번 틀어보시는 것 어떨까요?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bg55L51wZ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