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알바 시리즈 분석 리뷰(드라마설정, 서사분석, 아쉬운점)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 제목만 보고 꽤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최저시급의 수십 배를 주는 알바라니,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틀었는데요. 다 보고 나서는 "이게 꿀알바라고?" 싶었습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현장인데 왜 꿀알바냐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그 아이러니가 이 드라마의 핵심이기도 하고, 가장 큰 한계이기도 했습니다.(스포O)
이 세계관은 어디서 시작됐나
드라마의 배경 설정 자체는 꽤 탄탄합니다. 세계는 양(陽)과 음(陰)으로 나뉘어 있는데, 양기(陽氣)란 쉽게 말해 살아있는 사람의 생명력을 뜻하고 그 중에서도 노동에서 나오는 기운이 가장 강력하다는 설정입니다. 먹고살려는 몸부림이 곧 세계의 균형을 지키는 힘이라는 거죠. 처음 이걸 들었을 때 저는 꽤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인공 변혁준은 전세 사기에 주식 손실까지 겹쳐 1억 4천만 원의 빚을 안고 있습니다. 내일까지 갚아야 할 이자가 400만 원. 한강 다리 위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순간, 인력사무소 거미인력의 스티커 한 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첫 알바 일당이 딱 400만 원이라는 점에서 이 사무소가 처음부터 혁준을 노리고 있었다는 게 드러나죠. 제가 보기에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거미인력의 운영 방식 그 자체입니다.
오컬트(occult)란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비밀스러운 세계를 다루는 장르를 말합니다. 꿀알바는 이 오컬트 장르에 노동 착취라는 사회적 맥락을 얹은 작품인데, 이 조합 자체가 신선했어요. 편의점에서는 사람 행세를 하는 괴물과 밤새 버텨야 하고, 삐에로를 모시고 행사장에 배달을 가고, 자꾸 뒤집히는 건물 안에서 우유를 배달합니다. 알바가 바뀔 때마다 판이 통째로 달라지니까 "다음엔 뭐가 나올까"라는 호기심으로 계속 화면을 붙들게 됩니다.
이 드라마가 오컬트 장르로 흥미롭다는 의견이 많은데, 저는 그보다도 각 알바 현장이 현실 노동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더 걸렸습니다. 임상시험 알바에서 병철은 "한 푼도 못 받고 나가면 어차피 죽는 건 마찬가지"라며 되돌아가고, 공사장 반장은 사고가 나도 "위험한 줄 알고 왔잖아"라고 말합니다. 이런 장면들은 괴담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여전히 연간 500명을 웃돌고 있는데, 현장 사고를 덮으려는 반장의 모습이 그냥 픽션으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거미인력의 정체, 어디까지 읽혔나
저는 세 번째 알바쯤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사장의 설명대로라면 거미인력은 노동의 양기로 저쪽 세계의 기운을 억누르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삐에로 편에서 혁준이 한 일은 오히려 반대였어요. 저쪽 존재를 태우고 사람들이 가득 모인 행사장까지 데려다준 겁니다. 그 자리에서 의사들이 죽어 나갔고, 사장은 다음 날 태연하게 "또 해내셨네요"라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거미인력은 괴담을 막는 곳이 아니라 괴담에 먹이를 공급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제물(祭物)이라는 단어가 반복됩니다. 제물이란 신이나 초자연적 존재에게 바치는 희생물을 뜻하는데, 꿀알바 세계에서는 사람이 그 역할을 합니다. 임상시험 원장은 "사람 대신 바칠 제물"이라고 말했고, 공사장 지하에는 사람 뼈로 쌓은 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거래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죠. 원장이 목적을 묻자 "돈이죠, 세상의 균형도 유지하고요"라고 말한 순간, 이 세계의 구조가 선명해졌습니다.
드라마 전체에 흩어진 단서들을 모으면 이런 구조가 보입니다.
- 거미인력은 절박한 사람들을 고액 알바로 유인한다.
- 각 현장에서는 저쪽 세계의 존재에게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거래가 이루어진다.
- 이 거래의 수혜자는 경일기업으로 연결되는 거대 자본이다.
- 진실은 항상 화재 사고로 덮이고, 현실 세계에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다.
경일이라는 이름이 반복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연주가 일하던 공장은 경일방직, 그 터에 세운 놀이공원은 경일 네오월드, 그리고 쿠키에서 지윤에게 합격 문자를 보낸 곳은 경일기업입니다. 작품은 이것이 하나의 세력이라고 직접 말해 주지 않지만, 사람이 쓰러진 자리마다 같은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저는 이 반복이 의도적인 힌트라고 봅니다. 괴담의 뒤에는 초자연적인 공포가 아니라 돈의 흐름이 있다는 것.
음연주라는 인물의 사연도 여기서 맞물립니다. 40년 전 경일방직 여공이었던 연주는 용역이 들이닥치던 날 동료들의 희생으로 살아남아 세상에 알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그런데 공장 자리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40년이 지나 있었고, 아무도 그녀를 기억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현실 사이의 간극. 연주가 결국 "다 같이 망하는 쪽"을 택하게 된 맥락은 이해가 됩니다. 다만 이 사연이 거의 마지막 편에야 쏟아지는 바람에 그 무게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서사 구조(narrative structure)란 이야기가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전개되는가를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꿀알바의 서사 구조는 전반부 알바 옴니버스, 후반부 비밀 폭로라는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두 층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재밌게 봤지만 아쉬운 이유
이 드라마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회당 40분 안팎의 짧은 러닝타임, 알바마다 완전히 달라지는 설정, 그리고 혁준을 연기하는 이재욱의 태도. 혁준은 멋있어지면 안 되는 인물입니다. 겁 많고 툭하면 비는 사람인데, 이재욱은 그 허둥대는 모습을 과하지 않게 잘 잡아냈습니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침착한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죠. 그 현실적인 반응이 오히려 공감을 끌어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세 번째 알바 이후부터 조금씩 지쳤습니다. 계속 물음표만 쌓이는데 그 답이 나오지 않는 겁니다. 거미인력은 왜 이렇게 큰돈을 주면서 이런 알바에 사람을 보내는 건지, 문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어떻게 나오는 건지, 경일기업은 이 모든 것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 질문들이 마지막 두 편에 한꺼번에 쏟아지다 보니 하나하나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했습니다.
복선(伏線)이란 이야기 초반에 단서를 심어두고 나중에 그것이 의미를 가지도록 설계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꿀알바는 복선을 꽤 많이 심어두는 편인데, 그 복선들이 회수되는 방식이 너무 급합니다. 연주의 정체, 아빠 변민수의 행방, 사장의 본심이 거의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 감정적으로 쌓아 올려야 할 충격이 정보 전달로 대체되어 버렸습니다. 특히 연주 캐릭터가 가장 손해를 봤다고 생각합니다. 고민시가 잘 연기했는데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그 인물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혁준은 삶을 포기하려던 여자를 붙잡습니다. 그럴듯한 위로 한마디도 없이, 돈도 없이, 그저 옆에 있었습니다. 사장의 제안인 거미인력 관리직에는 끝내 답하지 않았고요. 저는 이 침묵이 혁준의 답이라고 봅니다. 세상을 바꾸지 못해도, 사장처럼 살 수도 없어도, 눈앞의 한 사람을 붙잡는 것. 그게 혁준이 내릴 수 있는 유일한 답이었을 겁니다. 이 마지막 장면은 꽤 좋았습니다. 다만 그 감동이 너무 많은 물음표 위에 얹혀 있다는 게 문제였죠.
자주 묻는 질문
Q. 꿀알바 시즌2가 나올 가능성이 있나요?
A. 결말에서 혁준의 휴대폰에 거미인력 관리직 채용 메시지가 오고, 지윤에게는 경일기업 합격 문자가 도착합니다. 떡밥이 꽤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시즌2 가능성을 열어두고 만든 결말로 보입니다.
Q. 거미인력이 나쁜 곳인지, 좋은 곳인지 드라마에서 명확히 말해주나요?
A. 명확하게 답해주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고, 맥락상 충분히 읽힌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삐에로 편에서 사장의 태도를 보면 거미인력이 괴담을 막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괴담에 먹이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는 쪽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세계관 설명과 실제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의도적인 복선인지 설정 오류인지 모호하게 남아 있습니다.
Q. 오컬트 장르에 익숙하지 않아도 볼 만한가요?
A. 오컬트 마니아가 아니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각 알바 현장의 설정이 독립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장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따라가는 데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컬트보다는 "이번엔 무슨 알바일까"라는 호기심으로 보는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초반 세 편은 그 재미가 확실합니다.
Q. 아빠 변민수는 결국 어떻게 되나요?
A. 혁준은 문 너머에서 아빠를 만나지만, 아빠는 이미 다 큰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존댓말로 대답하고, 모아둔 돈을 혁준 손에 쥐여주면서 가족을 만나면 전해달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그곳에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인데, 그 그림자가 사람이 아닌 형태로 나타납니다. 명확한 해결 없이 열린 결말로 남아 있습니다.
꿀알바는 초반의 방탈출 같은 긴장감과 빠른 속도감만큼은 분명 칭찬받을 만한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던 건지, 아니면 이야기를 거둬들이는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한 건지, 후반으로 갈수록 판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꿀알바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는 메시지도, 먹고살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감독의 상상력도 모두 가치 있는 소재였습니다. 그것들이 한데 엉키지 않고 정리된 형태로 나왔다면 훨씬 묵직한 작품이 됐을 겁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초반 세 편만큼은 충분히 볼 만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0bjPk8Ls6n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