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줄거리, 결말, 쿠팡플레이)

이미지
불륜 드라마인 줄 알고 틀었다가 살인, 시신 은폐, 복수극까지 나와서 멈추질 못했습니다. 쿠팡플레이 1위를 달리던 드라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를 2일 만에 정주행했는데, 제목이 이렇게 정직한 드라마는 처음이었습니다. 줄거리부터 결말까지 실제로 보고 느낀 점을 정리했습니다.(스포O) 불륜인 줄 알았는데 시신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처음 제목만 봤을 때는 그냥 주말 막장 드라마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틀어보니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주인공 박경희는 셀프 인테리어 유튜버이자 인테리어 회사 더 집의 대표로,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influencer)입니다. 인플루언서란 소셜미디어에서 대규모 팔로워를 보유하고 소비자 구매나 여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뜻합니다. 경희는 바로 이 인플루언서 이미지, 즉 화목한 가족 콘텐츠를 무기로 사업을 키워온 인물입니다. 남편 임재용은 차은빈이라는 예명을 쓰는 배우인데, 이 남편이 바로 앞집 피부과 의사 안수정과 불륜 중이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불륜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드라마가 폭주하기 시작하는 건 딸 예지와 수정의 딸 민서가 면허도 없이 아빠 차를 몰고 나갔다가 사람을 치는 사고를 내면서부터입니다. 더 골때리는 건 실제로 핸들을 잡고 있었던 건 예지가 아니라 민서였다는 사실입니다. 예지가 좋아하는 민서를 지키려고 자기가 뒤집어쓴 거였는데, 두 아이가 연인 관계였다는 반전도 있었습니다. 이 사고를 수습하려는 부모들의 행동이 문제였습니다. 경희와 재용은 시신을 별장 지하 창고에 숨기고 시멘트로 덮어버렸습니다. 이 결정 하나가 이후 모든 사건의 도화선이 됩니다. 제가 보면서 계속 생각했던 건 "왜 바로 신고를 안 했을까"였는데, 드라마 후반부에 그 답이 더 허탈하게 돌아옵니다. 줄거리가 엉키는 방식이 꽤 치밀합니다 드라마의 서사 구조(narrative structure)를 보면 상당히 계산된 편입니다. 서사 구조란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과 각 사건이 연결되는 논리적 ...

신의 악단 : 찬가 영화 리뷰(아이러니, 찬양의 힘, 종교의 자유)

이미지
북한이 교회를 탄압한다고 알면서도, 지원금을 받으려고 가짜 찬양단을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저는 이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 잠깐 멍했습니다. 탄압하는 쪽이 찬양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 이 모순 하나가 영화 전체를 끌고 갑니다. 관객 평점 8.75점, 누적 관객 145만 명을 넘어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스포O) 모순이 설계된 아이러니, 그 중심의 두 인물 영화의 주인공 박교순 소좌는 이른바 체제 순응자(體制順應者), 즉 북한 시스템 안에서 가장 충성스럽게 기능해온 인물입니다. 평생 기독교인을 색출하고 잡아들이던 보위부 장교가 이제는 찬송가를 직접 지휘해야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감독은 그의 이름 "교순"조차 "순교"를 뒤집어 지었다고 밝혔는데, 이름 하나에서부터 운명의 역전을 암시하는 구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대편에는 김대위가 있습니다. 그는 단순한 경쟁자가 아닙니다. 원칙과 숙청에서 존재 이유를 찾는 인물로, 사실상 북한 체제 그 자체의 의인화(擬人化)입니다. 의인화란 추상적인 개념이나 제도를 구체적인 인격체로 표현하는 서사 기법입니다. 박교순에게서 나타나는 아주 미세한 흔들림조차 반동(反動)의 징후, 즉 체제에 반하는 위험 신호로 읽어내고 끝까지 몰아붙입니다. 배우 정진훈 씨가 이 역할을 준비하며 실제 보위부 출신 탈북민에게 자문을 받았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는데, 그 자문에서 강조된 건 걸음걸이나 말투가 아니라 모든 걸 의심하고 타인의 약점을 찾아내는 내면의 집요함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 디테일이 오히려 이 영화를 단순한 반북 서사로 읽히지 않게 하는 장치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인물의 대결 구도를 이해하려면 북한의 보위부(保衛部) 시스템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보위부란 북한의 국가보위성 산하 정치사찰 기관으로, 주민 감시와 사상 검열을 담당하는 조직입니다. 이 조직 출신이 찬양을 가르치는 장면이 코미디처럼 시작되다가 결국 그의 내면을 무너뜨리는 비극으로 이어지는 흐름, 그 설계...

엘차포를 체포하라(실화배경, 마약카르텔, 경찰용기)

이미지
솔직히 저는 마약왕 엘차포가 어떻게 잡혔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멕시코가 마약과 전쟁을 선언했다는 뉴스는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었지만, 정작 체포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었습니다. 그냥 넷플릭스에 신작으로 떠서 무작정 틀었는데, 보다 보니 제가 한 번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더군요. 실화 기반이라는 점이 오히려 이 영화를 더 무겁고 묵직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스포O) 실화 배경: 세계 최대 마약 카르텔의 정점 엘차포(El Chapo)는 별칭이고, 본명은 호아킨 구스만(Joaquín Guzmán)입니다. 그는 멕시코 시날로아 카르텔(Sinaloa Cartel)의 수장이었습니다. 시날로아 카르텔이란 멕시코를 거점으로 미국과 중남미 전역에 마약을 공급하던 세계 최대 규모의 마약 밀매 조직을 뜻합니다. 추정 재산이 150억 달러, 한화로 약 18조 원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수치만 봐도 이 조직이 단순한 범죄 집단이 아니라 사실상 하나의 국가 권력에 맞먹는 규모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엘차포는 멕시코 대통령조차 사실상 손을 놓을 정도로 이미 경찰과 정치권 곳곳에 자기 사람을 심어두고 있었습니다. 부패 연계망(Corruption Network)이란 개념이 있는데, 이는 범죄 조직이 공권력 내부에 자금을 뿌려 합법적인 수사와 체포를 무력화시키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멕시코의 경우 이 부패 연계망이 경찰 말단에서 상층부까지 촘촘하게 형성되어 있었다는 게 영화가 계속해서 암시하는 맥락입니다. 주유소에서 무장한 채 돌아다니는 조직원들, 경찰차가 지나가자마자 달려드는 동네 갱들. 영화가 묘사하는 멕시코의 분위기는 굉장히 날 것 그대로였습니다. 제가 한때 남미 여행을 꿈꿨던 때가 있었는데, 멕시코 범죄 뉴스 등을 보면서 그 마음이 상당히 쪼그라들었습니다. 물론 멕시코 전체를 이렇게 봐서는 안 되지만, 2016년 체포 당시의 현실적인 치안 상황을 영화가 꽤 충실하게 재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멕시코의 마약 관련 폭력 사건...

겟아웃 영화 리뷰 (반전, 최면, 인종차별)

이미지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8%를 기록한 공포 영화가 있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공포 영화가 이 정도 평점을 받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겟아웃(Get Out)은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라,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구조를 장르 문법 안에 정교하게 녹여낸 작품입니다. 제가 직접 보고 나서 '아, 이래서 평점이 저렇구나' 싶었습니다.(스포O) 제목부터 미끄러운 영화, 겟아웃의 반전 겟아웃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저는 단순히 어딘가에서 탈출하는 내용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야 이 제목이 얼마나 다층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게 됐습니다. 단순히 그 집에서 도망치라는 말이 아니라, 몸속에 갇힌 원래 주인이 침입자에게 내뱉는 절규이기도 하거든요. 영화의 핵심 설정은 코아글라 응고법(Coagula Procedure)입니다. 쉽게 말해 뇌의 일부를 흑인의 두개골에 이식해서 백인의 의식이 흑인의 신체를 사용하도록 만드는 수술법입니다. 원래 주인의 의식은 지워지지 않고 침참의 방(Sunken Place)이라는 정신적 공간에 영구적으로 유폐됩니다. 침참의 방이란 최면 유도 상태에서 피해자의 의식이 격리되어 자신의 몸을 밖에서 바라보기만 할 수 있는 내면의 감옥을 뜻합니다. 영화 초반부에 이런 설정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보면, 흑인 가사 도우미들의 행동이 그냥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말투가 지나치게 정돈되어 있고, 웃음이 입에만 걸려 있고, 눈빛이 어딘가 초점을 잃은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그 장면들을 볼 때는 단순히 최면 때문에 좀 이상한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결말을 알고 나서 다시 그 장면들을 떠올리니 소름이 돋았습니다. 몸 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데 원래 주인의 감정이 잠깐씩 새어 나오는 거였으니까요. 주인공 크리스(Chris)가 여자친구 로즈(Rose)의 집을 방문하면서 마주치는 불편함들은 일상적인 미국 흑인 남성의 경험을 정확하게 재현합니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운전자인 로즈가 아니라 ...

노웨어 영화 리뷰 (배경, 생존기술, 모성애)

이미지
극한의 상황에서 "나라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고 자문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영화 노웨어를 보는 내내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바다 한가운데 컨테이너 안에 갇힌 임산부 한 명. 그 단순한 설정이 어떻게 이토록 강렬한 생존기로 완성되는지, 직접 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유럽 자원 위기 속 이민, 그 절박한 배경 이 영화가 단순한 서바이벌 스릴러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배경 설정부터 꽤 구체적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유럽이 기초자원 부족 대책을 시행한 지 7개월이 흐른 시점을 배경으로 합니다. 스페인 정부가 임산부와 아이들을 강제로 연행하기 시작했고, 임신한 미아는 남편과 함께 아일랜드로 밀항을 시도합니다. 디스토피아적(dystopian) 세계관, 즉 현실보다 더 억압적이고 통제된 사회를 배경으로 한 설정입니다. 처음엔 다소 과장된 설정이라고 느꼈는데, 실제로 유럽 각국에서 진행 중인 이민자 통제 정책이나 난민 처우 문제를 생각하면 완전히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 통계 에 따르면 전 세계 강제 이주민은 1억 명을 넘어섰으며, 불법 이동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매년 수천 명에 달합니다. 미아의 이야기가 먼 나라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밀항 과정은 처음부터 처참합니다. 추가 선비를 내고 간신히 컨테이너에 오른 두 사람은 검문 과정에서 군인에게 발각될 위기에 처하고, 미아는 박스 위로 몸을 숨기는 데 성공하지만 남편은 생이별하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는데, 연출이 워낙 현실적이어서 제가 그 컨테이너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강제 이주(forced migration)란 전쟁, 박해, 자연재해 등 비자발적 이유로 거주지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영화는 이 개념을 스크린으로 옮겨, 통계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저는 평소 이런 사회적 메시지가 무겁게 느껴지는...

들쥐 시리즈 리뷰(정체성, 복수, 결말해석)

이미지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공개 직후 2일 만에 10화를 전부 몰아보게 만드는 흡입력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저도 티저 예고편 하나에 낚여서 주말을 통째로 날렸는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었거든요.(스포O) 정체성 도둑질, 어디서 시작됐나 들쥐를 보면서 어린 시절 들었던 전래동화가 자꾸 생각났습니다. 손톱을 함부로 버리면 쥐가 먹고 그 사람으로 둔갑한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혹시 그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이 드라마는 그 동화적 상상력을 현대적으로 비틀어서 만든 작품입니다. 손톱, 똑같은 얼굴, 가짜가 진짜 자리를 차지하는 구조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그런데 전래동화에서는 손톱을 아무 데나 버린다는 사소한 실수가 화를 부르는 구조였다면, 들쥐의 구조는 훨씬 복잡합니다. 가짜 제문재, 즉 서유민이 진짜 제문재의 신분을 빼앗으려 한 이유는 단순한 탐욕이 아닙니다. 자신의 사랑과 재능, 인생 자체를 먼저 도둑맞은 것에 대한 복수였으니까요. 저는 이 지점에서 누가 먼저 들쥐였는가라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정체성 탈취(Identity Theft)란 타인의 개인 정보를 도용해 그 사람인 척 행동하는 범죄를 말합니다. 실제로 디지털 환경에서의 정체성 탈취는 점점 정교해지고 있는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에 따르면 개인 정보 도용 관련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들쥐가 단순한 픽션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서유민이 제문재의 신분을 차지하기 위해 준비한 과정은 섬뜩할 만큼 정밀합니다. 주민번호와 지문 변경, 동창모임 침투, 신용카드를 이용한 함정, 심지어 경찰에 먼저 자신의 존재를 신고하는 역발상까지. 아이덴티티 스와핑(Identity Swapping), 즉 두 사람의 사회적 정체성이 완전히 뒤바뀌는 상황이 이 드라마의 핵심 서사 장치입니다. 복수의 끝에서 남은 것 서유민의 복수는 감탄스러울 정도로 치밀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 복수가 정당했을까요? 저는 그 질문에 쉽게 ...

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 리뷰(우정, 아스트로파지, 결말)

이미지
책으로 먼저 읽고 극장에 갔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머릿속으로 그렸던 우주선과 로키의 모습이 스크린에서 전혀 다른 질감으로 펼쳐졌는데, 그게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단순한 SF 생존 영화가 아닙니다. 종족도 언어도 생김새도 완전히 다른 두 존재가 우주에서 만나 서로를 구하는 이야기입니다.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스포O) 아스트로파지, 인류를 위협한 별의 포식자 책을 읽을 때는 아스트로파지(Astrophage)라는 단어가 좀 낯설었습니다. 아스트로파지란 별을 뜻하는 '아스트로(astro)'와 제거·삭제를 뜻하는 '파지(phage)'가 결합된 이름으로, 말 그대로 별을 죽이는 미생물입니다. 태양에서 에너지를 흡수하고 금성으로 날아가 번식하는 순환을 반복하면서, 태양이 지구에 보내는 열을 조금씩 빼앗아 빙하기를 앞당기는 존재입니다. 이 설정이 섬뜩한 이유는 아스트로파지에게 악의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그냥 먹고 번식할 뿐입니다. 지구의 운명 따위는 관심 밖입니다. 영화 속 페트로바선(Petrovian Line) 장면, 즉 아스트로파지가 행성 사이를 오가며 만들어내는 긴 빛의 띠를 처음 봤을 때 진짜로 숨이 막혔습니다. 카메라의 적외선 필터를 제거하고 철망에 조명을 쏴 실제로 촬영한 장면이라고 하는데, CG였다면 절대 그 느낌이 안 났을 것 같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단 1mg의 아스트로파지가 TNT 폭탄 21톤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낸다는 계산입니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나오는 질량-에너지 등가 법칙(E=mc²)으로 설명됩니다. 질량-에너지 등가 법칙이란 물체의 질량에 광속의 제곱을 곱한 값이 그 물체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총량과 같다는 원리입니다. 광속의 제곱은 약 9경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라 질량 1kg만 에너지로 완전 전환해도 원자폭탄 1,000개 수준이 됩니다. 아스트로파지는 반물질 없이도 이 변환을 100% 해낸다는 설정이니, 그것만으로도...